Copyright 2016
© Sooka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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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쓰다듬는 손

김수강은 세상의 작은 사물들과 조우한 기억, 그 만남을 사진의 갈피 안에 품는다. 그것은 일회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의 눈망울 속에 잠긴 풍경이다. 일상이 소요와 산책, 관찰과 느릿한 시선들의 산책 속에서 겨우 건져 올려진 것들이다. 그 풍경은 고독하고 다소 아련하다.

작고 소소하지만 우리네 일상 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대상들을 적막하게 떠올려 보여준다. 우리는 늘상 그 대상들을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것 자체를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김수강의 사진은 새삼 우리가 보고 접해왔던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오로지 사진만이 한 사물, 대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응시하게 해주는 힘이 있음을 그녀의 사진은 탁월하게 증거한다.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 아래 도구화되거나 사물화 된 대상들을 홀연 단독으로 위치시켜 그 사물에 부여된 선험적인 인식이나 관계의 끈들을 끊어내고 오로지 그것 자체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배려가 있다.

정지된 시간 속에, 막막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아 관자의 눈에 다가오는 이 사물들은 마치 의인화된 대상들처럼 자리한다. 몽당연필, 휴지, 옷핀, 우표, 돌멩이, 속옷, 접시, 보자기 등등의 사물을 고즈넉하고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작은 사물, 하나의 대상만이 적막하게 존재한다. 본래의 형태를 가만 부감시켜 줄 뿐인데 그 위로 아주 오래도록 그 사물을 응시한 결과물로서의 침전과 관조가 내려앉아 종이, 인화지의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작고 가볍고 흔한 이 일상의 사물을 가볍게 놓여져 세상과의 연관성을 지우고 홀연히 고독하다. 그러나 그 사물들 역시 자신의 생애를 보여주고 이런 저런 기억과 상처를 드러낸다. 그것들은 분명 그렇게 존재한다. 사진은 그 존재성을 각인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지만 모든 사진이 그 존재성을 증거한다 하더라도 작가들마다 사진마다 존재성이 외화 되는 방식,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수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의 존재감,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

사진은 분명 작가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대상을 찍게 되지만 그 선택의 결과물 안에는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성, 틈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사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틈새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거나 첨가하는 것이 회화에는 없는 사진작업만의 묘미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인식의 하나가 바로 세상과 작가 자신,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이랑 작가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에 있다.

사진은 미술처럼 작가라는 존재 자체의 독점적인 우선권과 권력이 주어지기보다는 불가피하고 필연적으로 주어진 사물,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작가라는 두 관계가 빚어내는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와 작가 사이에 부단히 빠져나가고 새버리는 틈,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과의 긴장이 유지되는데 바로 이 그 공모의 관계가 다름 아닌 사진 작업만의 매력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좀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과 유사한 점 역시 내재해있다. 우리들의 이 생애 역시도 이미 주어진 불가피한 부분과 우연적인 것, 예측하거나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들의 혼재로 점철되어 있다. 인생의 메타포로서의 이 같은 사진에 대한 인식은 김수강 작업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녀는 검 바이크로멧 (Gum Bichromate)기법으로 대상들을 건져 올린다. 대학시절 회화를 전공한 탓에 그녀의 사진은 다분히 회화스러운 맛이 있다. 이 맛은 방법론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검 바이크로멧이라는 19세기 프린트 기법으로 형상화된다. 작가는 꼬박 2-3일이 걸리는 인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농도와 질감을 끌어내기 위해, 담그고 칠하기를 거듭 반복한다. 이 수공예적인 손 작업은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와 수고로운 손의 노동을 요구하는 프린트 기법과의 만남 아래 가능해진다. 보통의 사진 작업이 촬영과 현상, 인화로 그 과정을 크게 설명할 수 있다면, 검 프린트는 촬영이 끝난 후 밀착을 위한 필름을 새로 만들고, 인화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남아 있다.

아울러 물감이 섞인 유제를 바르고 마르기를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다. 그것은 기계복제로서의 사진의 간편함과 효율성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여전히 고전적이면서도 수공적이고 그런가 하면 회화도 아니고 판화나 사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선가 서식하는 기이한 중성의 지대에서 미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이미지로서 자존한다. 사실 이 작업은 상당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것은 곧 수고로움과 인내심, 집중력을 요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 결과물의 느낌이나 그 과정 중에서 몸으로 해내는 과정이 맘에 드는 거예요. 이게 손으로 만져야 되는 일이거든요. 일일이 다 손으로 하고, 나를 거쳐야만 나오고. 나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맘에 들어요."

나로서는 그녀의 사진이 보여주는 이 애매함, 모호한 중성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대상의 진실이나 사실성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미감이나 주제를 재현하거나 드러내는 사진도 아니다. 특별히 선택되고 공들여 꾸민 사진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을 자신의 감성의 결과 감각의 톤으로 슬그머니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이 자꾸 시선을 헛디디게 한다. 마음 한 켠이 모로 쏠리면서 그 사물과 독대하게 하고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새삼 이미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박영택 (미술평론•경기대 미술경영학과 교수)

Sookang Kim

Sookang Kim readily acknowledges that her subject matter is insignificant. Yet this is precisely what attracts her to the objects she photographs. She is not interested in things that already matter, that are perceived as important or profound. Instead, she is intrigued by the challenge of the mundane: how to turn a trivial object into something compelling; how to give it vitality and meaning. In some ways, working with existing objects is more straight-forward than starting with a blank slate, yet it also imposes limitations. Kim must re-imagine the object as something new and at the same time take into account all of its inherent physical constraints and cognitive associations. It is a complex puzzle of transformation. Kim undertakes this transformation in large part through a difficult photographic process—gum bichromate printing—that was used in the 19th century. In this process, the image is built up through many applications of photographic chemistry on non-photographic paper. In essence, the object is reconstructed, layer upon layer; its form remains intact, but its essential nature is altered. Ultimately, through Kim's thoughtful reconsidering and reworking, the mundane becomes the sublime.

Martin H. McNamara (Director, Gallery 339, Philadelphia PA) From the introduction of 'Stones and Vessels' exhibition.

김수강의 소재들은 사소한 사물들이다 그런데 이 점이 그녀가 사진을 찍을 때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들이다. 그녀는 이미 중요하거나 심오한 대상들에는 관심이 없고 평범한 것들에 매료된다. 사소한 대상을 주목할 만한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 그것들에게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김수강의 소재들은 미미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미 존재하는 대상물로 작업한다는 것은 빈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솔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어떤 제한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김수강은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새로운 어떤 것으로 다시 상상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은 변형의 복잡한 퍼즐게임이다. 김수강은 이와 같은 변형을 어렵고 복잡한 19세기 인화방법을 통해서 많은 부분 이루어내고 있다. 여러 층의 이미지를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대상은 재조립되고, 그 형태는 원래대로 남아있으나 그 본질은 변화하게 된다. 작가의 눈과 손을 통해 보여지고 다듬어진 대상은 평범함을 벗고 숭고함을 입는다. 그녀의 '돌멩이 연작'에서 작가는 평범히 보아 넘길만한 대상들을 미묘하고 복잡한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여기서 그녀는 색의 사용을 절제하고 대상의 형태 자체와 그 대상간의 조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

마틴 맥나마라 (339 갤러리 관장, 필라델피아) 2008년 'Stones and Vessels' 개인전 전시서문에서

Kim Sookang / 金修康

Order of Things, Kim Sookang's Art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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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entities have the cosmos within them. The word 'cosmos' refers to everything that exists, from the smallest particles to galaxies far beyond. The origin of cosmos is the Greek Kosmos, meaning 'order'- likewise, cosmos encompasses not only the physical space but also the order embedded within. Therefore, cosmos is a term that refers to the world with complete order, a concept that includes all materials, space and time that exists in the world. Chuangtzu(莊子) had described such infinity of space and time as space itself.

Photographs show a single moment of its subject. Photographs-which secure the moment of convergence between object and time and space- can only display what is occurring when the shutter is being pressed, a mere second amongst a consistent process of change. Still there are photographers who strive to go include the entire space, the cosmos, inside their work. It is Kim Sookang, the photographer who attempts compress material existence into condensed time and reveal intrinsic order from the moment where existence comes in unity with space an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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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key words that describe the works of Kim Sookang are still life, small and simple subjects, and non-silver print. The author separates a single objects and captures it in her photos, then develops objects in Gum Bichromate Print(Gum Print), a primitive form of photograph printing. The method, which requires the developer to tediously repeat a process more than the times to apply color and form to a single picture, also becomes a process with which the author comprehends and unveils the order within the objects.

Gum Bichromate Print(Gum Print) is a printing technology developed in the 19th Century. The method, which does not use readymade printing sheets or sensitizing solution but ones created by the photographer, undergoes the following process. First, Gum (rubber solution), bichromate solution, and watercolors are mixed to create a sensitizing solution, which is rubbed on engraving paper to make a printing sheet. Then the film is placed on the sheet to be exposed to ultraviolet light, after which the image is created by being developed in water for one to two hours. At this step the sensitizing solution of the unexposed parts are washed away, while the concentration and color is controlled by gently scraping with a brush. When you repeat the process 10 to 15 times the color is finely tuned and the tone density is increased. As a result, you are able to produce an image that discards the traditional photographic notion of mechanical images and realistic recreations- an image that manifests a newfound interpretation and expression of the author.

The reason why the photographer refuses a convenient digital process and chooses a time-consuming and exhaustive process has to do with her artistic history and sentiment.

Kim has studied in Middle School of Art and Art High School and majored in Western Art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Having studied at the best art schools since childhood, she encounters a diverse range of modes of art while studying abroad at Pratt Institute, New York. It is here that she runs into Gum Print, a media that possesses characteristics of not only photography but also engraving and painting. What especially charmed the photographer was how it is completed by continuously layering a single image above paper in a traditional process of pr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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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rinting method, however, is not simply just a method or a technology that creates images. In addition to the time that takes to select a subject, photograph the subject, and create film for printing, Kim Sookang's artworks requires two more weeks for printing. By repeating the process of applying the sensitizing solution, re-applying it and drying it, the author becomes closer to the image that she was intending to recreate. Throughout the long printing process, she focuses on only herself and her work, and thus reaches the universe of the object that could not be seen in just capturing its single moment.

" If you learn 10% of an object while shooting, you learn the other 90% from the process of printing. By devoting all that time into the work you get a sense of getting to know the subject much better, becoming familiar with the subject's world, and grasping a whole new world."

The key here is the time that the writer contributes to her work. As she applies the sensitizer again and again, ten times, fifteen times, applying slightly different colors, and as she wipes the image with her brush, the author becomes wholly connected with the object within her image. Like her quote, through time she becomes closer to the object's world, the object's space, and the volume of time is collected above her work. And that is why Kim's work needs to be viewed for a long time. With a single glance the particles that make themselves seen through unexpected color and tone cannot be seen. Only with a careful eye can one be carried over to the universe of the object through the time collected on the photograph.

For an author who pays more attention to the object itself and what the object shows itself to be rather than her own perspective, photography is a very important mode of expression- although Kim transcends the limits of photography through her long working procedure. The author does not utilize her subject as a way to tell her story, but tries to tell the story told by the subject, by carefully examining the image and breaking through the outer shell. What Kim prioritizes more than her personal interpretation is the traits and the story she discovers from such process. Thus photography becomes the most adequate mode of expression, in that she can let the object unveil itself rather than control and decide various conditions herself. That is why she refers to her work as 80% done herself and the rest completed by her subjects- a collaborative work where the balance between the power of the author and the subject is cru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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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thor's personality of observing everything quietly, long, and carefully is also seen in the way she chooses her subjects. Her choices are objects that come from everyday life, but require more examination. Objects that can be held in one hand, a small dice, a clothing pin, a small pebble, a small bowl, a wrapping cloth, books and a small decorative sculpture, towels… her subjects are small, close to us, inexpensive and universally possessed, and universally understandable. This also relates to the adolescence years of the photographer, who always liked to look at different views in more detail than others since childhood.

A new work begins when objects that always quietly sit beside the photographer suddenly come into her view, displaying a moment of expression that the author feels would fit accordingly with her own way of creation. It is not work created through intention or plan of the author, but a convergence of sight between the photographer and the object. As the serendipitous encounters are collected, the work slowly takes 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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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h works of Kim Sookang has been maintained since 1997 when she studied abroad to this date. Her early work, dates back to her times in America, and is filled with small stories. The photographer's daily life is encapsulated in a frame that resembles a painting, cut with calm color and grainy particles. These early works are honest depictions of daily life. Each moment of her everyday routine is fixed with a low tempo in her work. The temporal characteristic of photography of fixing specific moments, along with the spatial power of the photographer's residence, are actively illustrated. Therefore, the objects that the author uses and cherishes reveal more about Kim herself and her daily life more so than the material itself.

As the series of works changed, Kim moved into her most prominent style that represents her work, which is showing the object itself and the harmony and balance between the objects, rather than focusing on herself. is the piece that indicates the occurrence of such change. The little objects that fit in her hand or the ones that she grabs out from a pocket reveal the place in which they are located with the dark background color, but they start to move out of the photographer's daily routine. The time that the objects display is the time in her hand, an extended version of actual time. The audience now begins to notice the features of the objects, not the photographer, which they have been missing all along- the actual materiality and shape of objects.

If was a more divergent work, from we can see a developing working attitude of delving more deeply into objects. "Bojagi" is a wrapping cloth. Its main purpose is to wrap up and preserve products within, and even longer ago it was also used as bag. The bojagis that the photographer found in her mother's house are wonderfully feminine and beautiful subjects, with fine texture, color and pattern. Kim now begins to erase the background. She clears the stories told from the background and space, and erases the object as a social good. She leaves the subject to be a lone package left in an empty space, letting the viewer be drawn into the image, into the bojagi.

Her work afterwards focuses even more on respective objects. , displaying an achromatic space with white bowls, and , an image of pebbles nonchalantly picked up from seasides and riversides, are intended to show objects as cosmos and time as eternity. The subjects quietly placed in an achromatic space are silent as if they have finally found themselves. If these are instances of pulling objects out of their context to highlight their separate existence, and show the objects that are stuck in their own environment. The low-key subjects and their space awaken the power of objects that have not been seen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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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n the world is a small cosmos in itself. In plants and animals too, space exists. Whether we have discovered space in them is a different matter.

"My work has to do with observing and giving attention to everyday objects, and bringing out their natural beauty and sublime value. As I work I understand more about what I see and what I feel. As I get to know them and comprehend them my life becomes clearer as well. I feel that the knowledge is completely mine, a oneness with my life, and a sense of purification. My hope is to bring out the sublime value and purification in ordinary life, to bring out all values of life through my work."

Kim Sookang is an earnest writer. She reveals small values of life through working every day without skipping. What is the sublime value within small things that the author shows? What is the space that we see within the objects or within the work? We are all a part of time. Kim's work manages to pile up an adequate amount of time-not too heavy, not too light-and reveal the real depiction of objects. Amongst such time exists the truthful presence.

 

사물의 질서, 김수강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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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안에 우주를 담고 있다. 우주(cosmos)란 소립자에서 은하 너머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전체를 의미한다. cosmos의 어원인 그리스어 Kosmos의 뜻이 '질서'인 것처럼, 물질적인 우주뿐만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질서까지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cosmos는 완전한 질서를 가진 세계라는 뜻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공간,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장자(莊子, Chuangtzu)는 존재의 시·공간적 무한함을 가리켜 우주라고도 하였다.

사진은 존재의 한 순간을 찍는다. 사물과 시공간이 만나는 한 순간을 고정하는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셔터를 누른 순간,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바로 그 때 그 순간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사진이 가진 순간의 기록을 넘어 사진 속에 우주를 담으려 하는 작가가 있다. 존재의 시간을 응축된 시간으로 모아 사물이 시공간적으로 합일되는 시간, 그 내재된 질서를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 김수강이다.

김수강의 작업을 외연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정물, 작고 소박한 대상, 비은염 인화(non-silver print)법이다. 작가는 하나의 사물을 가만히 떼 내어 필름에 담고(촬영), 자신의 필름에 담긴 사물을 초기 사진술인 검프린트로 인화한다. 한 장의 사진에 색과 형태를 얹기 위해 10번 이상을 거듭 인화해야 하는 검프린트의 길고 고요하고 지루한 과정은 작가가 사물의 질서를 이해하고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

검프린트란 19세기에 만들어진 인화술로, 정확히는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라고 한다. 기성 제품이 아닌 손수 만든 감광액과 인화지를 사용하는 검프린트는 다음과 같은 작업과정을 거친다. 우선 검(고무액), 바이크로메이트 용액, 수채화 물감을 섞어 감광액을 만들고, 판화지에 발라 인화지를 만든다. 그 위에 필름을 올려 자외선으로 노광을 주고 물로 1~2시간 현상을 하며 이미지를 만든다. 이 때 노광되지 않은 부분의 감광액은 물에 녹아 씻겨 내려가는데, 작가는 이 감광액 부분을 붓으로 살살 긁어내면서 농도와 색을 조절한다. 이 현상 과정을 10회에서 15회 정도 반복하면서 색의 변화를 주고 톤의 밀도를 높여 나가게 된다. 그 결과, 카메라가 재현하는 기계적 이미지와 사실적 재현을 버린, 작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되는 이미지가 탄생한다.

작가가 편리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마다하고 굳이 오래되고 번거로운 작업방식을 고수하는 데에는 작가의 감성과 예술 이력이 관련이 있다. 작가는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서양화학과에서 수학하였다.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미술학교를 다니며 전통 회화 교육을 받은 작가는 미국 뉴욕의 플랫 대학교에 유학을 가면서 사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을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프린트를 만나게 되는데, 검프린트는 단순히 사진이라기보다는 사진과 판화, 회화의 속성을 두루 가진 매체였다. 특히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컷이 전통 프린트 과정에서 종이 위에 여러 번 이미지를 쌓아 완성되어 가는 점이 작가를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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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프린트 방식은 단순히 하나의 형식이나 이미지 제작술에 그치지 않는다. 김수강의 작품은 20*24인치 한 작품을 인화하기 위해 대상을 선택하고 촬영하고 인화를 위한 필름을 만드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인화에만 2주일이 소요된다. 감광액을 도포하여 현상을 하고 말린 후 다시 또 올려 현상하여 말리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작가가 바라보았던 사물,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다가가게 된다. 그 긴 공정을 한결같이 자신과 작업에 집중하면서 작가는 순간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사물의 우주에 다가간다.

"촬영에서 사물의 10%를 알게 된다면, 프린트 과정에서 90%를 보게 되죠. 수없이 많은 시간을 작업에 쏟으며 사물을 훨씬 더 자세히 알게 되는 느낌, 대상의 우주를 완전히 알게 되는 느낌, 새로운 우주를 마스터하는 느낌을 받게 되죠."

여기서 핵심은 작가가 쌓아 올린 시간에 있다. 10번, 15번, 조금씩 다른 색을 섞은 감광액을 바르고 물에서 붓으로 이미지를 쳐내며 마음을 닦듯 이미지를 닦아 내는 동안 작가는 오롯이 이미지 속의 사물과 연결된다. 작가의 말처럼 시간을 통해 사물의 세계, 사물의 우주로 다가가고, 그 시간의 부피는 작품 위에 말갛게 쌓인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오래 보아야 한다. 힐끗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전체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소립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색과 톤으로 존재를 재현하기 때문이다. 오래 시간을 들여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쌓인 시간의 알갱이들이 사물의 우주를 우리에게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선보다 사물이 보여주는, 사물 자체에 대해 관심을 쏟는 작가에게 사진은 매우 중요한 매체이다. 비록 촬영 후의 오랜 손질과 작업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지만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사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오래 응시하며 사물의 외관을 뚫고 그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 그 안에서 나오는 이미지에 몰두한다. 대상에 대한 자신의 해석보다 사물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대상의 성질을 발견하고자 한다. 때문에 모든 작업과정을 작가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해야 하는 다른 매체보다 사물이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이 적합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80%를 사진이 하고 나머지를 작가가 하는, 작가의 힘과 대상의 힘의 균형이 중요한 공동 작업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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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고요하고 세밀하고 오래 바라보는 작가의 감성은 작품에 담는 대상, 즉 사물을 선택할 때에도 드러난다. 김수강의 대상들은 일상에서 오되, 세밀하고 가깝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들이다. 손 안에 잡히는 작은 사물들, 오브제들, 주사위, 옷핀, 조약돌, 작은 그릇, 보자기, 책과 작은 장식용 조각품, 수건… 그녀의 사물들은 작고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것들, 비싸지 않고 모두가 가진 물건, 국가나 장소를 초월하여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들, 누구나 이해 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점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넓게 멀리 보기보다는 작고 세밀하게 보기를 좋아하던 작가의 태생적인 태도와도 관계된다.

그렇게 늘 곁에서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물들이 어느 날 작가의 시선에 들어오고, 어떤 표정을 보여주고, 그 표정이 작가 고유의 작업 방식과 잘 맞는다고 생각될 때 새로운 작업이 시작된다. 작가의 의도나 계획된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사물과 작가의 시선이 만나고, 그것을 조용히 천천히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에서 작업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우연적인 만남과 교감이 켜켜이 쌓이면서 작업이 완성된다.

김수강의 그러한 작업들은 1997년 유학시절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지속되고 있다. 초창기 작업인 는 유학 시절의 작업으로,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긴 작업이다. 그림인 듯, 사진인 듯, 차분한 색감과 거친 입자로 잘려진 프레임 안에 작가의 일상이 담겨 있다. 이들 초기 작품에는 일상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난다. 작가의 생활의 한 순간들이 느리게 담긴 채 고정되어 있다. 영원이 아닌 한 순간을 고정시키는 사진의 시간성과 함께 작가가 살아가는 공간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가 사용하고 머물고 간직하는 바로 그 때의 사물들은 사물 자신보다 작가의 일상, 작가 자신을 더 보여준다.

작업의 시리즈가 바뀌어 가면서 지금의 작가를 대표하는 경향, 즉 작가 자신보다 사물 자체, 사물들 간의 조화와 균형을 보여주는 작업들로 조금씩 변화해 간다. 그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 이다. 작가의 손 안에 작게 들어오는, 혹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손바닥으로 나온 작은 사물들은 짙은 배경 색과 함께 놓여 있는 장소를 보여주지만, 작가의 일상으로부터는 벗어나기 시작한다. 사물들이 보여주는 시간은 손 안에 머무는 시간, 연장된 시간인 것이다. 관람자 역시 이젠 작가가 아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물의 물질성과 형태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가 일종의 이행기라면 부터는 보다 사물로 깊이 들어가는 작업 태도를 볼 수 있다. 보자기란 어떤 물건을 싸는 천이다.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싸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더 오래 전에는 학교에 들고 가는 가방으로도 쓰였다. 작가가 어머니의 집에서 발견한 보자기들은 고운 색과 결, 무늬를 가진 여성적이고도 아름다운 오브제이다. 작가는 이제 배경을 지우기 시작한다. 배경과 공간이 하는 이야기들을 지우고, 사회적 용품으로서의 대상도 지운다. 텅 빈 공간에 덩그러니 꾸러미만 남아 관람자로 하여금 이미지로, 보자기에로 빠져들게 한다.

이후의 작업은 더욱 사물 자체로 집중해 간다. 무채색의 공간에 하얀 그릇들을 놓은 , 강가에서 바닷가에서 무심코 주워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조약돌들을 담은 등은 우주로서의 사물, 영원으로서의 시간을 담고자 한 것이다. 무채색의 공간에 고요하게 놓인 작은 오브제들은 자신을 찾은 듯 고요하다. 이 두 작업이 사물을 맥락에서 빼내어 자체로 집중한다면, 는 멈춰있는 사물의 자리들을 보여준다. 절제된 사물과 공간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사물의 힘을 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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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의 작은 우주이다. 식물에도 동물에도 사물에도 우주는 담겨져 있다. 우리가 그 우주를 발견하였는가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는가는 다른 문제다.

"제 작업은 일상적인 사물을 바라보고 쓰다듬으며 그 존재의 자연스러움과 숭고함을 끌어내려는 것입니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내가 대하고 만지는 것들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을 알고 이해할수록 내 삶이 더 명확해집니다. 그 앎이 완전히 내 것이라는 느낌, 내 삶과의 일체감, 정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제 작업이 일상 속의 숭고와 정화를 이끌어 내고, 모든 삶의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수강은 성실한 작가이다. 매일매일 천천히 거르지 않고 작업을 하며 작은 삶의 가치를 꺼내 놓는다. 작가가 보여주는 사소한 것들의 숭고는 무엇인가? 내가 그들 혹은 작품에서 발견하는 우주는 무엇인가? 우리는 시간의 일부다. 김수강의 작업은 무겁게 두텁지도, 가볍게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의 시간을 쌓아 사물을 드러낸다. 그러한 시간 가운데 존재가 있다.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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